고전적인 예가 있다. 여름이 되면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고, 동시에 익사 사고도 늘어난다. 두 그래프는 거의 같이 우상향한다. 그렇다면,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익사할 위험이 커지는 걸까?
물론 아니다. 둘 다 '여름(더위)'라는 제3의 원인 때문에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. 하지만 이 간단한 함정은, 그래프만 보면 쉽게 속아 넘어간다. 두 변수가 같이 움직이면, 우리 뇌는 자동으로 "한쪽이 원인이겠지"라고 결론 내리니까.
📍 숨은 전제
"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면(상관관계),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이다(인과관계)."
수능이 가장 좋아하는 오답 함정
비문학·탐구 영역에서 이 패턴은 단골 손님이다. 지문에 "A가 증가할 때 B도 증가했다"는 데이터가 나오고, 보기에 "따라서 A가 B의 원인이다"라는 추론이 등장한다. 대부분의 학생은 이걸 '논리적'으로 받아들인다. 그래프가 증명하니까.
하지만 정답은 이 추론을 '타당하지 않다'고 보는 쪽이다. 왜냐하면 상관관계는 '관계가 있다'는 신호일 뿐, '원인'을 증명하지 않기 때문이다. A→B일 수도, B→A일 수도, C(제3의 원인)→A이고 C→B일 수도 있다.
상관은 인과의 '단서'일 뿐, '증거'가 아니다. 원인을 주장하려면, 제3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.
교란변수 — 숨어 있는 제3의 원인
통계학에서는 이 '제3의 원인'을 교란변수(confounding variable)라고 부른다. 아이스크림과 익사 사이의 교란변수는 '더위'다. 비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비교 연구(예: "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심장병에 잘 걸린다")에서도, 교란변수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항상 의심해야 한다 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스트레스도 많다면, 진짜 원인은 커피가 아니라 스트레스일 수 있다.
이걸 의식적으로 찾는 습관이 비문학 추론의 핵심이다. "A와 B가 같이 움직인다"는 문장을 만나면, 한 박자 멈추고 이렇게 묻는다.
"이 두 변수를 같이 움직이게 하는 제3의 원인은 뭘 수 있을까? 그걸 배제하지 않고서야, 인과를 주장할 수 없다."
💡 전제가 깨진 뒤의 새 틀
"상관은 '관계가 있다'는 신호일 뿐. 원인을 주장하려면 제3의 가능성(교란변수)을 배제해야 한다. 그래프는 질문을 던지게 할 뿐, 답을 주지 않는다."
데이터 시대의 필수 사고
이건 수능 테크닉이 아니다. 뉴스에서 "OO 섭취가 수명을 단축시킨다"는 연구 결과를 볼 때, "정말 OO이 원인일까, 아니면 OO을 많이 먹는 사람의 다른 특징(식습관, 운동 부족 등)이 원인일까"를 묻는 힘이다. SNS에서 "A 정책 후 B가 증가했다"는 주장을 볼 때, "A 말고 다른 원인이 있진 않았을까"를 의심하는 힘이다.
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, 상관을 인과로 착각하는 사람은 조종당하기 쉽다. PBS가 가르치는 건, 그 조작에 저항하는 사고 — 그래프 앞에서 "같이 움직인다고? 그래서?"라고 한 박자 멈추는 힘이다. 그 한 박자가, 판단력을 지킨다.